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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를 통하는 길과 입법을 통하는 길 사이에 A라는 사실을 규율하는 일반법이 있어 이를 적용할 때, 해석 가능한 경우의 수가 둘 이상이고(편의상 갑, 을이라 하자), 그래서 그 중 하나인 갑의 해석에 따라 판례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 만약 이후 등장한 A' 라는 사실관계에 을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고 보아 이를 적용되게 하려면 (1) 일반법이 적용되게 하되 법원의 판례변경을 통해 갑의 해석이 되게 하는 방안 (2) A' 에 갑을 적용하게끔 명시한 새로운 특별법 내지 일반법 내 특별조항을 국회에서 제정하는 방안 두 경우의 가능한 길 (1) (2) 중에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인가? 그리고 빠른 길인가? 전자에 관한 것은 일단 보류하고, 후자에 관하여 일반인의 인식과 역사적 경험적 결과물들에 비추어 볼 때 (2)의 경로가 빠르고, 쉬울 것이라는 답변이 ..
야나부 아키라의 '번역어의 성립'을 읽고서 현재 right는 권리(權利)로, duty는 의무(義務)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는데, 옳을 의(義)자가 왜 right가 아닌 duty로 가 있는지 권리의 리는 왜 理아닌 利인지 궁금했었습니다. 도태된 right의 번역어 통의(通義) 속엔 "내 도리가 아니면, 내 할 도리를 안하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어감도 들어있었다는데 현재의 권리란 낱말은 그 점에서 아쉽습니다. 정의(義)란 어쩌면 duty에 앞서 right가 더 의롭게 설정될 때 가까워지는 것일지 모릅니다. [알라딘]번역어의 성립 - 서구어가 일본 근대를 만나 새로운 언어가 되기까지
[Martha C. Nussbaum] FRONTIERS OF JUSTICE 작년인가부터 관심갖는 책이나 논문들 속에 높은 확률로 인용되는 누스바움 교수의 책을 교보를 통해 구입, 오늘 내 책상 위에 당도했다. 구입전 서평들을 보면 누스바움이 롤즈를 비판하였다고 했는데, 서문을 읽으니 그 비판은 통상의 비판과는 다른 의미였음을 알게 되었다. "With greatest respect. friendship, and sadness, I dedicate this book to his memory."
로버트 달의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의 한 대목 한때는 흡연자들이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흡연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권리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헌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라 하더라도 남북전쟁 이전 버지니아 주의 노예 소유권과 같이 도덕적으로 항상 옳은것도 아니다. 법체계가 도덕적인 기본권을 위반한다면, 그만큼 우리는 법질서가 도덕적인 기본권을 부당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판정하고 법질서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정부의 민주주의에서 나아가 경제/기업의 민주주의를 설파하고 있는 로버트 달의 책. 감칠맛나는 글쓰기가 딱딱한 주제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옮긴이는 로버트 달이 다른 경제민주주의 주장자들과 달리 불평등의 사후적 개선이나 조정이 아닌 보다 선제적,근원적으로 기업 내부 지..
샌지와 빵집주인 +판사 로빈 자네스 글, 코기 폴 그림의 동화책 '샌지와 빵집주인'은 http://goo.gl/tqcXV 내게 디지털시대의 복제(copying)의 모습과, 사적 복제라는 관례(everyday practice) 그리고 창작자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에 관한 은유를 담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특히 사건을 맡은 담당 판사가 이를 배제/이익의 선긋기가 아닌 관계의 형성으로 풀어가는 모습에 주목하게 되었다. (동화를 1회독하면 한쪽 당사자가 전패한 것처럼 읽히나, 거듭해 읽다보니 달리 느껴진다) 그래서 책 제목이 샌지 대(v) 빵집주인이 아닌 샌지와(+) 빵집주인인 것이고, 대(v)를 와(+)로 치환한 것이 법원의 소임었다는 점에서 여운이 빵냄새처럼 길게 남는 책이었다. * 동화가 보다 정밀한 디지털 복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