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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게임"의 법률적 정의


다음은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상 “게임물” 정의입니다.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한편, 2008. 6. 25. 공청회에서 공개된 개정안의 “게임” 및 “게임물”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GITISS.ORG   > 게임전문지식>정책 란 참조

  “게임”이라 함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오락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오락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다만, 시청'청취 또는 관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제외한다.

  “게임물”이라 함은 게임을 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되어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게임법은 컴퓨터프로그램등으로 만들어진 영상물이라고 “게임물”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법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사실상 디지털 게임만을 다루고 있으며, 그 결과 오프라인의 전통적 게임들(대표적으로 장기, 바둑, D&D와 같은 보드게임)에는 위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번 개정안은 디지털 게임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게임까지 아우르는 일반적 게임 정의를 시도하여 이를 확장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연혁적으로 게임법은 음반, 비디오와 함께 음반, 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로 규제되어 오다가, 2006년 게임법이 음비게법으로부터 독립된 것인데, 법률적 독립에도 불구하고 게임물의 정의에서는 여전히 음반과 비디오와 같이 재생(re-play)을 전제로 하는 ‘영상물’이란 틀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콘솔 게임이나 싱글 혹은 소수의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에는 그러한 ‘영상물’이라는 개념에 얼마간 부합되지만, ‘re-play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ever-play되어지는 서비스’인 MMOG에 위 법률이 과연 적용될 수 있는가, 즉 리니지가 영상물인가라는 의문을 밝힌 바 있던 저로서는 금번 게임 정의에서 영상물이란 외피를 벗게 된 것을 그런 점에서도 긍정적이라 평가합니다.

 영상진흥기본법상 “영상물”이란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테이프·디스크, 그 밖의 유형물에 고정되어 그 영상을 기계나 전자장치로 재생하여 보고 들을 수 있거나 송수신할 수 있는 물체를 말한다.  --> 즉 영상물이란 속성은 금번 개정안에서 게임이 아닌 것으로 배제하는 시청,청취, 관람에 더 부합되는 것이었음


그런데, 개정안의 ‘게임’ 정의는 컴퓨터 영상물이라는 구체적 경계를 지우면서 '활동'이라 추상적으로 표현할 뿐 달리 만져지는 실체적 요소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해석에 따라서는 우리가 게임이라는 범주에 넣지 아니하는 일반 레저, 스포츠, 유희 활동(강강수월래와 같이 일정한 규칙대로 노래하거나 춤추는 행위, 자동차나 오토바이 몰기, 유락시설의 기구 탑승)까지 ‘게임’법의 대상이 된다는 결론을 가져올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즉 ‘일정한 규칙에 따라’라는 문구만으로 ‘오락(이는 오락실에서 경험적으로 역사적으로 연유된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영어사전상으로는 게임보다는 어뮤즈먼트, 엔터테인먼트에 더 가까움)이라는 광의의 범주를 제약하는 것은 부족하여 보입니다. 오토바이 드라이브도 교통법규와 오토바이 조작 규칙을 따라야 하고, **랜드의 범퍼카 또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둘 다 단순한 시청, 청취 또는 관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해 본 ‘게임’의 법적 정의입니다.


“게임”이라 함은 재미를 추구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또는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생성/설정된 공간참여하여 특정한 목표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달성/성취하고자 하는 두뇌활동 기반의 문화 양식/행태


착안점:                        


1. 오락(entertainment,amusement) 대신 ‘재미(fun)’로 바꿈, 오락은 활동을 가리키므로 활동의 목적이 다시 활동이 된다는 것은 동어반복적이라서 어색하게 느껴짐, 또한 오락부장, 오락시간이라는 말에서처럼 오락이라는 말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이를 포함하는 ‘놀이’ 일반을 지칭하는 더 큰 의미로서 통용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게임: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 ‘경기’, ‘놀이’, ‘내기’로 순화.

오락: 쉬는 시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분을 즐겁게 하는 일

놀이: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

완구: 장난감 (장난: 주로 어린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

재미: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2. 현행 법은 컴퓨터 영상물이라는 기반 자체에 Johan Huizinga의 '호모 루덴스' 이래 게임 개념의 고유  요소인 'magic circle'이라는 공간 개념이 암묵적으로 드러나 있으나, 개정안에는 그러한 공간 개념 자체를 담아내는 실체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마법과도 같이 ‘생성된 공간’이란 표현을 추가함, 여기서 공간은 물리적, 추상적 의미를 겸유함. 즉, 가위 -바위 -보 를 외치는 두 사람은 이미 외계와는 별도의 그 둘만의 추상적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임.


3. 개정안은 단순 시청,관람 등을 사후에 게임이 아닌 것으로 배제하는 소극적 필터 방식을 취하는데, 공간으로의 ‘참여’라는 정의 규정을 통해 게임의 interactivity와 play 개념을 적극적 구성요건으로 살림. game의 어원에는 'participation', 'people together' 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함.

http://www.etymonline.com/index.php?search=GAME&searchmode=none



4. 개정안의 정의로는 세컨드라이프, 싸이월드의 미니라이프, 구글의 라이블리 등의 3D 가상환경 또는 (스포어 자체가 아닌) 스포어 크리쳐 창조기와 같은 장난감(toy)류가 게임법 상의 게임인가 아닌가 논란이 될 수 있음.

 이에 목표(Goal) 달성이라는 또 하나의 게임의 구성요소를 추가함. 목표는 목적과 달리 보다 구체성을 띠는 단어임. 즉, 모든 게임의 목적은 재미이지만, 각각의 게임에서 그 목표는  보스몹 킬, 만랩 달성, 결승 통과 등등 다양할 수 있음.

저명한 게임 디자이너인 Chris Crawford는 놀이에 목표가 없다면 그 것은 게임(game)이 아닌 장난(toy)이라고 함.
http://en.wikipedia.org/wiki/Game#Chris_Crawford


  다만 목표가 꼭 게임제작자가 명시적으로 의도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음. 왜냐하면 목표라는 것은 ‘심즈’나 울티마 온라인의 자유도 개념처럼 간접적 유도기제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임. 그렇기에 ‘부여된/주어진 목표’라는 표현이 아닌 ‘특정한 목표’라는 표현을 택함.


5. 스포츠와 e스포츠의 구별을 위해, 스포츠법령상의 스포츠 정의의 결구에 나오는 ‘신체활동 기반의 사회문화적 행태’에 대응되는 ‘두뇌활동 기반의 문화 양식’이란 결구를 택함. 임요한에 열광한 것은 그의 손 보다는 두뇌의 회전속도이므로..



부족하지만 이상으로 제가 생각하여 본 ‘게임’의 법적 정의를 소개드렸습니다. 개정 공포될 최종 법률안의 게임 정의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개정안이 디지털 영상물 개념으로부터 게임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전통적 장르의 게임은 물론  서바이벌게임, 대체현실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과 같은 새로운 장르의 게임까지 포함한 게임 전반에 관한 총체적 법률의 토대를 만든다는 취지가 나머지 게임법 본문 조항들의 개정작업 속에서도 일관되고 조화롭게 구축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게임 공간과는 또 다른 맥락을 가진 virtual world를 담아낼 수 있는 별도의 법적 정의 작업의 필요에 대하여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하며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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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11] 세컨드라이프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의 게임물의 정의의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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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不孤 必有隣, 1인용 게임에는 Virtual 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