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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헌집

[050421] 소니(에버퀘스트2)의 아이템 현거래 시장 진출을 바라본 소감

http://terranova.blogs.com/terra_nova/2005/04/sonybay.html#c5058096

테라노바 출범 후 처음으로 정규 필진 대부분이 코멘트를 하여 이를 모아 하나의 포스팅으로 만들어 올려졌습니다. 저는 추상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내부 메일링용으로 올린 것은 보다 직설적인데 아직 오픈되진 않았습니다)

댓글 싸움도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Barry Kearn의 사고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아래는이번 사건을 보는 제 개인적 소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위에서 온라인게임 약관심사가, 문화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온라인게임 현거래 실태 연구조사가,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온라인게임 약관무효 및 손해배상소송이 각 3방향에서 동시 진행 중에 있어 MMORPG 아이템 현금거래가 첨예한 이슈로 부각된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물론 에버퀘스트는 리니지나 와우와 달리 PVP(공성전, 종족전쟁) 중심이 아닌 PVE(파티 퀘스트)인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서구 MMORPG 중 대표적으로 현거래를 약관으로 금지하여오던 게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환은 국내에도 큰 소용돌이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들의 도전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일부에선 블리자드의 WoW에 눌린 에버퀘스트의 돌파구로서 소니가 이번 선택을 결심한 것 아닌가하는 추측도 하고 있습니다만, 소니는 작년 6월부터 여론조사를 하는 등 미리 준비하여 온 것 같습니다. 일단 현거래 시장이 파생시장으로서 무시 못할 경제적 메리트가 창출되는 뉴 마켓인 점에서 발상을 전환하여 비즈니스적 마인드의 발로로 일견 해석됩니다. 혹자는 적대시한 냅스터의 P2P 사업모델을 인수한 RIAA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서구에서는 현거래를 처음부터 염두해두고 설계된 social MMOs 인 Second Life, There, Entropia 등이 운영 중이고, 울티마 온라인이나 소니의 스타워즈 갤럭시즈 등도 사실상 현거래에 대해 중립적으로 대하는 불간섭 정책을 취했기에 소니의 이번 전환이 매우 전격적인 것이라고만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구와 달리 현피, 게임중독, 사기 등 현거래의 파생적 문제가 보다 많이 이슈화된 우리나라에서 보기에는 전격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쨋든 우리나라에서도 현거래를 금하는 법률은 없고 다만 게임사의 약관이 존재할 따름인데, 약관이란 것이 게임사의 정책에 따라 유동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중요한 것으로 남은 행정당국, 사회 일반 시민들이 현거래를 바라보는 시각과 게임사가 자사 게임을 설계하는 정책일 것입니다. 늦었지만, 우리도 중론을 모으고 사회적 콘센서스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시점인 듯 합니다.  

현거래 문제에 대하여 명분상 게임사 약관으로 금해놓고 확대되가는 현거래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블리자드와 소니와 같은 서구 게임사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물론 서로 상반된 입장이긴 하나) 보다 분명한 입장 선언과 그에 따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등 실천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기 와우와 에버퀘스트 운영진이 갖는 게임관의 차이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어찌보면 MMOG 선발국인 우리나라의 현거래를 둘러싼 갈등이 그들에게 테스팅 베드로서 타산지석이 되고, 후발자의 이득을 취한 그들이 오히려 현거래를 금지하는 면이든 양성화하는 면이든 어느 면에서나 우리를 추월하고 이를 자체 시스템.플랫폼 내로 내재화하는 데 나아가고 있어 다소 씁쓸한 감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