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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헌집

[060131] 온소연 대 엔씨소프트 판결 소고

금번 재판부의 판결은 지난 번 아이뉴스24 기자분의 예측 및 원피고간의 평가와 달리 폴리티컬한 판단을 배제하고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른 소송법적 판단을 하였습니다. 리걸 마인드가 지배하는 판결의 속성상 자연스러운 결과이긴 합니다.<참고로 요새 강조되는 조정/화해권고에서는 폴리티컬한 마인드가 판결과 달리 허용,장려됩니다>

즉, 담당 재판부는 기자분이나 피고측 전망과 달리 공정위의 약관 무효판정을 뒤짚거나 회사측의 현거래 엄금의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채팅내용 저장 등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판단에서, 지난 번 저의 코멘트와 유사하게 약관이 부당하여 장래적으로 약관은 무효라 하더라도 그렇다고 피고가 한 과거의 약관 제정행위 자체로 바로 위법을 범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기 때문입니다. - 한 마디로 '부당이 불법의 동의어는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 참고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상 약관무효의 요건은 불공정성임에 반하여, 민법상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은 위법성입니다.

그밖에 랙, 서버다운 등으로 인한 손해, 민원처리 불성실 손해, 무료계정 남발로 인한 폐해, 현거래/중독성 조장 시스템 설정 책임 등에 관한 원고측 주장은 그 주장내용이 모호하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배척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121명의 원고들 중에 피해 주장 계정의 리니지 실제 유저로 인정받은 원고는 절반 남짓이고, 그 중 청구원인으로 현거래로 인한 계정영구압류를 당하였다고 인정된 원고는 5명이었습니다. 만약 그 5명 중에서 공정위 판단과 같이 오로지 현거래를 하였거나 시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1회 적발시 바로 영구압류당한 사람이 있었다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궁금하였을 것이지만, 증거판단 결과 재판부는 그들 5명은 문제된 현거래 조항뿐만 아니라 계정도용 등 공정위에서 무효판정을 받지 않은 다른 사유 위반을 중복하여 위반한 사람들이라고 보았고 그에 따라 피고측의 영구압류가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크게 보아 공정위의 약관 무효 판정에 대하여는 이를 큰 틀에서는 수용하되(약관무효청구부분은 이는 구체적 권리관계의 존부에 대한 다툼만을 다루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아 심리하지 아니하기로 하고 각하), 원고들의 구체적인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원고 적격여부 및 피고의 위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충분한가 여부를 심사한 결과, 원고측은 추상적으로만 부당하다고 주장할 뿐, 나아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그것이 위법한데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 제시를 못하였다고 판단, 기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판결 결과만을 놓고 열기를 높였던 양측 관계자 및 기자분에게는
기름기 쫙 빠지고 차갑게 식은 피자가 나온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ps.
* 기자분의 앞서 간 전망 -아이뉴스 1. 26.자 중에서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8992&g_menu=020500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이번 법원 판결을 등에 엎고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불복한 채 행정 소송으로까지 맞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역으로 공정위는 자신의 판단을 뒤집고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 준 법원에 판단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수용할 지를 놓고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장외의 공정위와 법원이 직접 경기를 펼칠 일은 특별히 없지 않을까 예상하여 봅니다.

* 원고측의 가벼운 패인분석 -아이뉴스 1. 26.자 기사 중에서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8974&g_menu=020500
"정부 기관인 공정위가 해당 약관의 부당성을 시정 권고했는 데도 재판부가 이를 가볍게 여기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받아 본 뒤 항소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빅리거(부당성)가 필드에 투입되었다 하여 바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심판은 골대 안으로 들어간 골(위법성)만을 득점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 선을 골로 인정할 것인지, 패널티 킥은 어느 경우에 허용할 것인지와 같은 it 소송에 있어 입증의 문제는 논의될 수 있을 듯 합니다.

* 피고측의 빗껴간 승인분석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88974&g_menu=020500
승소한 엔씨소프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아이템 현금거래에 따른 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고 전체 게이머들이 가장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고민하는 우리의 방향성에 대해 인정해 준 것"이라며 환영했다.

>> 심판이 승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그가 넣은 혹은 상대방이 넣지 못한 골 때문이지, 승리한 선수나 팀의 팬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