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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래밭

[050707] 현거래와 삼투압

사실 중세풍 일변도인 지금의 MMORPG에서 가장 비중세적 요소는 바로 교환창을 통해 거의 모든 아이템(시각적 느낌과 달리 MMO 속 아이템의 대개는 현대의 동산-소비재보다는 공장,부동산-생산재에 가깝다, 중세에서 성이나 영지를 자신의 혈족아닌 제3자한테 매매/증여한다는 건- 상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들이 제한 없이 거래 내지 증여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달리 말해 MMORPG 밖의 현대에서 보다 더 극단의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는 절대 자본주의적 환경인 것입니다.

(ex. 최근 한류스타에게 인정해줄 것인가 논의되기 시작한 퍼블리시티권은 계정 거래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주로 소비재로서 보다는 생산재 나아가 mmo 사회속 직위과 동일시 되는 레어 아이템의 양도양수에 제약이 없다는 것은 하다못해 주유소 하나, 중개사 지위 하나 양도할 때 통제받는 것과 비교해보라)

이렇게 보면 (흔히 지적되듯) 현실의 자본주의가 순진하고 성스런 중세 MMORPG 속으로 인위적으로 침투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삼투압 차이로 인해 MMORPG 속 농도 짙은 자본주의의 혓바닥이 순화된 현세의 그것을 꾀어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그와 같은 MMO 환경 속에서 고대의 혈족 시절의 원시공동체 삶(패키지 게임 혹은 거래기능 없는 네트웍 게임시절)을 지켜내고 또 퍼뜨리기란 고난할 것이라 봅니다. 그 시절이 평화롭고 살기 좋았을 것이라는 인상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음을 잘 알고 또 막상 갈 수 있다해도 돌아가기 주저할 일상 속 현대인과 같이 말입니다.  

관련 포스팅: 글강님 홈피의 [현거래에 대한 인상 비평]
http://www.glekang.com/index.php?pl=100

lovol
그러고 보니 99년 송재경님과 TGI에서 나누었던 대담에서 리니지 개발철학은 "현실에서 제약받고 스트레스 받은 사람들에게 게임 속에서 만큼은 개발자 개입도 없이 원껏 자유를 만끽게 하여주자"는 것이었다고 들은게 기억납니다.

이상(상부구조)은 자본주의를 판타지 자유주의로 풀려는 것이었으나, 실제는 (하부구조로 인해) 자본주의로 받은 스트레스를 하이퍼 자본주의로 풀라는 것으로 변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떻게 하여야 이상에 다다랄 수 있을까요?

맑스와 프루동? 아님 라블레와 바흐친? G. D. H. C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