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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래밭

[051017] 펌] 온라인게임 약관 심사 결과에 대한 (사)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입장

- 아이템현금거래 금지 유효 결정을 환영한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11개 온라인게임 사업자의 ‘온라인게임 이용 약관 및 운영 정책’을 심사해 게임 사업자가 약관을 통해 아이디(캐릭터), 아이템 매매를 금지하는 것은 유효로 판결하였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이템 거래 금지 약관 조항이 유효하다는 이번 판결의 배경은 게임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이용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게임사에 고유한 선택조건의 문제이며, 관련한 금지 약관 규정이 게임이용자의 본질적인 이용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 뿐 아니라, 아이템현금거래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폐해로부터 게임사 스스로 서비스를 방어할 필요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무분별한 현금거래를 부추겨 혼탁, 과열화 되고 있는 아이템 거래 시장과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여러 부당이득을 노리는 집단으로부터 게임사 스스로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유통 질서를 지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번 판결이 그간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던 게임 아이템의 권리관계와 그것의 현금 거래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취지에서 금번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무척 환영하는 바 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아이템 현금 거래 금지 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위해 게임사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것에는 손을 들어주고, 역으로 게임사의 금지 수단에 대해서는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논리적 모순에 빠져버릴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정위가 무분별한 아이템 현금거래로 인해 피해받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할 게임사의 의무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날로 대형화․지능화되고 있는 아이템 현금 거래로 인해 피해 받는 것은 일부의 아이템 현금 거래 금지 약관 위반자가 아니라 대다수의 선량한 게임 이용자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우리는 공정위가 게임사에 대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선량한 이용자와 게임 서비스의 보호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구계정압류 등 아이템 현금 거래의 근절을 위해 게임사가 취하고 있는 여러 조치들은 게임사가 직접적인 매출손실을 각오하는 행위다. 관련한 운영정책과 조치들을 엄격히 수행하는 것은 게임사의 경제적 손실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량한 게임이용자들과 게임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이번 권고 사항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협의함에 있어서는, 이번 결정에 따라 관련 제도를 악용하려는 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협회는 어떤 게임 사업자라도 이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아이템현금거래 운영원칙에 대한 시정 권고 의견에 정면으로 반대할 경우, 그 의지를 관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는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게임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이템현금거래를 반대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대다수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전체 게임 산업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이템 현금 거래 금지 약관의 유효성을 확인한 이번 판결이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하고도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이번 판결이 무효화한 약관 및 운영 정책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전면적으로 부정하여 시정명령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를 수정하고 구체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아이템 현금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게임사의 약관과 운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템 현금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게임사의 노력은 부단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천명하는 바이다.

lovol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과는 그가 인터넷 자율규제에 천착하던 20세기말 온라인에서 만난 개인적 지기 사이입니다. 다른 코멘트를 달긴 그렇고, 사토 마사히코와 다케나카 헤이조의 대담을 엮은 책 '경제가 그런 것이었나'에 나오는 한 단락을 발췌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t; 사토씨가 좀 놀랄지도 모를 얘기를 해보지요, 지금까지 미국 경제이야기를 하는 동안 '산업'이란 말을 몇 번 썼는데 좀 심하게 부풀려 말하면 미국 경제학에는 '산업'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s; 미국에 산업이라는 말이 없다구요?

t; 우선 '업계 단체'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곧 시장이 있고 그 위에 기업이 있지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것뿐입니다. 일본의 통산산업청처럼 산업(Industry)이라는 이름이 붙은 관청이 미국에는 없습니다. Department of Commerce, US Trade Representative.... 무역이나 상업 같은 개념은 있지만 산업이라는 말이 붙은 곳은 없지요.

미국에는 없는데 일본에는 왜 있느냐... 후발 주자인 일본으로서는 산업이라는 것을 한 묶음으로 단숨에 발전시켜야 했던 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산업이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인데, 선진국의 뒤를 쫒는 처지에서 보자니, 철강업, 제조업 같은 것들을 한데 묶은 산업이라는 틀이 보였던 것이지요.

반면에 경쟁력이라는 개념은 미국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일본과 미국은 차이가 꽤 큽니다. 일본 같으면 경쟁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문을 정부, 산업협회가 도와줍니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경쟁력을 키워 주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입니다. 더 경쟁을 붙이는 거죠.

산업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더 이야기 하지요, '업계'라는 말 있지 않습니까? 철강 업계니 전기 업계니 하는 말. 이 말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해보니, 일본 국민이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제정한 국가총동원법이 만든 말이더군요.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이었지요. 무엇 때문에 만들었나고요? 통제하려고요.

그러니 그 성립 연원을 보면 '업계'라는 말은 본래는 매우 특별한 개념인 거죠. 통제라는 말과 관계가 깊어서 자유 경쟁과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개념입니다.


lovol
공정위는 준사법기관이나 어디까지나 정부기관이므로 합목적성, 정당성 판단을 하는 곳이고, 법원은 사법기관이므로 합법성 판단을 내리는 곳입니다. 행정소송의 가능성에 대해 특별한 개인 의견이나 전망은 아직 없습니다. 10-17 m | d
lovol
SugY님 말씀 듣고보니, 보편적 맥락이 아닌 일본적 맥락에서 강조한 것 아닌가 합니다. 냅스터 소송의 RIAA 떠올리면서 저도 놀라운 주장에 반신반의 했습니다. 감사드리며, 다만 글 모두를 보면 저자도 심한 강조어법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위 글의 사실-거짓을 떠나 제가 차용하고자 한 것은 시장경쟁 주도와 정부,산업 주도의 발전방식 차이의 뉘앙스였습니다. 앞으로 문외한 분야 차용에는 좀 더 신경써야 될 듯 ^^;; 10-17 m | d
lovol
최근의 그록스터 사례에서 보이듯, 미국의 경우 RIAA가 그토록 강하게 어필했움에도 불구 법원은 소니 베타맥스 선례에서 확인한 최소한의 Technology Neutral 입장은 견지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물론 국가까지 나서 특정 분야를 산업이라 찍어 육성할 경우 자칫 Technology Specific하기 쉽고 이는 신규 테크널러지가 일으킬 시장의 도래를 억압하거나 상당기간 지연시켜 당해 산업 분야로서는 기득권을 누리며 단기 이득을 볼 지 몰라도 국가 전체 또는 당해 산업분야의 장기적 수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미국식의 시장주도 즉 이니셔티브를 민간에 맡기고 경쟁을 붙이는 쪽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혁신에 친하다 보입니다.

위 일본 경제학 교수의 글을 인용한 까닭은 게임산업협회의 시각은 현재의 우리 MMORPG를 일으킨 장점 분야인 MMO 테크널러지의 신규 시장의 가능성을 포용하고 있지않고, 되려 우리가 잘 하지 못했던 분야인 패키지, 콘솔 게임적 마인드로 후퇴한 듯 읽혀졌기 때문입니다.
10-18 m | d
lovol
예 그렇군요. 우리의 mmoG 역시 초기부터 국가의 개입이 없어 성공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다만 ***MMO에 있어서는 기존 게임산업계의 견제와 국가 개입이 강하게 일어날 듯 싶다는 점입니다. 문화관광부에는 게임산업과가.. 그 산하에는 게임산업개발원이 존재합니다.

그건 그렇고 리처드 바틀은 이번 건에 대해 메일로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보내왔습니다.

Looks like virtual worlds have just grown up.
This is exactly the kind of thing I've been dreading...
10-18 m |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