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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입법예고된 저작권법 개정안 중 사적복제 제한 조항에 관한 생각


관련 문화부 입법예고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http://www.mcst.go.kr/web/dataCourt/ordinance/legislation/legislationView.jsp?pSeq=207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한 경우를 사적복제에서 제외하고, 이에 대하여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함에 관하여,


 가. 침해된 저작물임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점만으로 앞선 침해행위와 후행 복제행위가 일종의 공동불법행위 유사관계로 보고    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식으로 인해 후행행위 자체의 합법적 상황 조건이 달라지는 것도 아님에도 후행 복제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앞선 저작물 침해행위(전송권침해 혹은 사적복제 불해당 복제)와 그후 행해진 사적복제행위는 별개의 의사와 별개의 행위로 나뉘는 것이라 대향범인 성매매죄의 성매매자와 성매수자, 수뢰죄의 증뢰자와 수뢰자 관계에서 공동의 의사로 맞물려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경우와 다르고, 공범의 정범화라 볼 수도 있는 장물죄에서 나타나는 절도범과 장물범 간의 도품 수수에 관한 의사합치에 대응되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유실물임을 알면서 습득한 자를 그에 앞서 그 물건에 대한 소유자의 점유를 침탈한 자와 공범으로 구성할 수 없기에 별개의 단독범 형식으로 규정, 처벌하는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경우와는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침탈된 유실물의 점유를 거듭 침해(누군지 몰라도 남의 것이므로 여전히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동의 없이 습득하는 것이므로)하여 원소유자의 추구권 회복을 어렵게 한다는 독자적인 불법행위성이 인정되나, 

 지적재산권의 제한편에서 규정된 사적복제의 경우 이 복제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가정 및 이에 준하는 범위내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쓴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그 상황 하의 저작재산권 이용측면에서는 이용대상물이 (권리자의 것이 아닌) 공중의 것이 되어 권리자의 동의 요함 없이 할 수 있는 공정행위로 된다는 점에서,   동의를 받아야 되는 상황 하에서 동의 없이 범해진 선행행위로 생긴 침해에 거듭 새로운 침해를 가하는 것이라거나 그 침해 상태를 연장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경우와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사적복제를 허락하는 객관적 상황조건에 대한 충족성 판단이 사적복제자가 타인이 범한 선행 침해행위를 인식했는가 여부에 따라 달리 평가될 것도 아니고 달리 평가될 경우 자기책임원리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연하면 선의취득의 선의가 아닌한 절대적으로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침해가 성립되는 소유권과 달리 저작재산권은 저작재산권의 제한 여건에 해당되는 한(공표, 보도, 학술, 사적복제용도로) 동의 없이 그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고, 이는 처음부터 침해로 평가되지 아니합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다시 이용물에 대하여 선의(엄밀히는 악의가 아닐 것)를 요구함은 시간적으로 상황적으로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게 됨을 대전제로 하여 정책상 저작권자에게 허락한 한시적이고 상대적인 재산권인 저작물을 마치 소유권에 가까운 배타적 절대적 권한으로 이탈케하는 결과를 낳는데, 이는 사익과 공익의 균형을 밝힌 저작권법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구내식당 음식을 돈내고 먹어야 하되, 소득 100만원 이하 자에게 본인 1인분 식사는 자유이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 그가 배식대에서 그냥 가져가 먹는 것은 무방하고, 소득 300만원인자가 돈 안내고 밥을 탄 뒤 자기 앞 테이블에 이를 놓고 간 것을 잘 알고도 거기서 그 놓고 간 음식을 먹을 경우엔 밥값을 내야 한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에게 아무런 공범의 의사도 없을뿐더러, 그 인식으로 인하여 그의 소득조건이 100만원이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가 마땅하지 않다면 자유이용 권한 조건 자체를 적극적이고 객관적이며 행위자 자신의 행위로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예컨대 ‘자유이용자는 배식대에서만 가져갈 것’과 같이) 고침은 별론, 타인의 불법 행위에 가담한다는 행위지배의사가 아닌 타인의 행위결과에 대한 인식 유무로 책임을 나누는 것은 자기책임원칙 및 행위책임 원칙에 반한다 할 것입니다. 저작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자유이용할 객관적 조건을 갖춘 이에게 제3자가 (저작자로부터) 동의 받았는가에 관한 담보책임까지 지우는 결과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 타인이 선행하여 저작권을 침해한 저작물의 경우는 위처럼 후행 사적 복제행위에책임을 지우는데, 사적복제자가 직접 선도적으로 저작물을 사적 복제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형평의 문제가 있습니다. 두 경우 복제행위의 태양과 사적복제의 객관적 상황조건은 동일하고 다른 것은 이용물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정당성에 관한 주관적인 인식의 차이인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침해물임을 알았다는 점은 그 선행 침해 행위에 대한 (교사․ 방조 내지 침해연장과 같은) 공동의 지배의사가 아닌 일단락된 침해 상황에 대한 인식일 따름이고, 그렇다고 이 주관적 인식이 조건을 갖춘 합법행위의 객관적 상황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지만, 또 생각해본 예는 권한 밖의 명령을 발한 상관에 대한 정당한 항명은 허용되나, 적에게 동시에 포로가 된 상태에서 상관이 적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임을 인식한 때는 같은 명령에 대해 항명하는 것이 이적성이 높다며 불허하고 책임지우는 경우입니다)

나아가, 다른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과도 형평의 문제가 생깁니다. 저작물을 보도, 비평, 학술용으로 이용한 경우 마찬가지 원리로 그 저작물은 상황적으로 퍼블릭도메인에 속하게 되어 권리자 동의없이 이용가능한데  이 때는 그 것이 타인에 의해 침해된 것인지에 대한 인식 여부를 묻지 않고 허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제한사유 중 사적복제에만 그런 단서를 둔 근거를 다시금 묻게 되는 까닭입니다. 


 다.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하여 발하는 압수수색, 정보통신사실확인조회 등의 수단이 허용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에서 사적복제자의  신원을 원고측에서 확보할 소송법상 증거방법이 허용되지 않기에 그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증거방법을 마련한다 하여도 이는 저작권법이 아닌 민사소송법 주요부분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비단 저작권법의 문제가 아닌 소송관계 일반에 있어 당사자의 사생활호보 등 헌법상 법익과 인권 이슈와 맞물릴 것이라는 점에서 난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금번 개정이 통과될 경우 다소 엉뚱한 쪽으로, 즉 전송권 위반자인 헤비 업로더 내지 웹하드 등 중간 플랫포머들에 대한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그려봅니다. 당근이란 네가 올린 저작물을 다운받아간 사람들의 자료를 스스로 내면 널 선처하겠다는 방식으로, 채찍이란 너도 네가 올린 저작물 중 다수를 다른 이가 올린 것임을 잘 알고도 다운받아 다시 올린 것이니 전송권 위반 외에 복제권 위반 항목도 추가하여 네 죄질을 높이겠다는 식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이 두 경우를  불법적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개정안의 본래 취지대로 정도를 밟은 것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