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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들마꽃

[050325] 바흐친의 대화주의와 저작권법제도 (그리고 Virtual Property & Democracy)



1. 저   자: 신동룡
2. 제   목: 저작권법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바흐친의 대화주의를 중심으로-
3. 연   도: 2004. 12.
4. 개   요:
본 논문은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발전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배타적 저작권과 그에 대한 제한을 균형지우기 위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본 논문은 최근 배타적 저작권 강화 현상의 정당화 근거와 그것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바흐친의 대화주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그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18세기 이래로 로크의 자연권이론, 낭만주의적 작가관 및 공리주의적 경제이론을 토대로 저작권법제도를 체계화하였던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로크적 정당화 논거, 낭만주의적 정당화 논거 및 시장적 정당화 논거―은 배타적 저작권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은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강조함으로써 공정사용의 가능성과 저작권 보호기간 제한의 가능성을 좁게 인정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의 타당성은 문화적 의사소통에 대한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에 의할 때, 개인은 자기 자신의 능력에 의해 이전 작품들의 아이디어들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노동 ․ 창작능력 ․ 효율적 투자 등을 통해 기호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조작하여 언제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전 작가에게 인정되는 배타적 저작권은 이후의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데 장애요소가 되지 않으며 문화발전과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에 의할 때 배타적 저작권을 증대함으로써 개인에게 보다 많은 경제적 이익과 창작의 동기를 줄 수 있고 더 활발한 문화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바흐친의 대화주의에 의할 때 개인은 기호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하여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각자는 대화상대방의 응답적 태도와 반응을 상상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해지평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이미 주어진 계기로서 사회구성원들의 가치평가적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발화적 기호와 발화규칙으로서의 스피치 장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이러한 주어진 계기들을 토대로 상호텍스트적 방식에 의해 자신의 작품을 창작한다.
바흐친은 주어진 계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화만이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개성을 실현시킬 수 있으며 문화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은 창작을 위한 주어진 계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실제적으로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은 작가에게 발화적 기호와 스피치 장르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상호텍스트적 이용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행위를 제한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사회구성원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면,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문화발전은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정체성 구성과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회구성원들의 개성이 자유롭게 실현되었을 때만이 문화발전이 가능해 진다. 이러한 이유로 바흐친의 대화주의는 다성적 통일과 내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화를 강조한다.

다성적 통일이란 사회구성원 각자가 타인에게 복종하거나 타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공동체 구성원들 모두가 동등한 대화 참여의 권한을 가지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 실현과 문화발전이 동시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내적으로 설득력있는 대화는 다성적 통일로서의 문화발전을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대화양태이다. 그것은 주어진 계기인 발화적 기호와 스피치 장르를 다양화시키는 것이며 타자의 말을 자신의 맥락 속에서 상호텍스트적으로 변형시키는 대화 유형이다. 또한 책임의 건축학에서 볼 때, 내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화는 각자가 타인에게 시각의 잉여분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타인으로부터 초요소적인 것을 전달받음으로써, 각자의 실존적 풍요로움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이루게 하는 대화유형이다.

본 논문은 다성적 통일과 내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화라는 개념이 문화발전의 의미와 배타적 저작권 및 그 제한의 근거와 범위 등에 관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핵심어] 저작권법, 자유주의적 저작권 담론, 로크의 자연권이론, 낭만주의적 작가관, 공리주의적 경제이론, 공정사용, 저작권 보호기간, 바흐친, 다성적 통일, 내적으로 설득력 있는 대화, 권위적 대화, 책임의 건축학, 발화적 기호, 스피치 장르

5. 코멘트:

과거 같은 교수님(김정오, 연세대 법철학) 밑에서 대학원 조교생활을 함께 했던 친구의 박사학위 논문입니다. 소유권이 인정되는 유형물과 달리 무체물인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이라는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철학적 근거로서 로크, 벤담, 헤겔, 칸트의 이론이 어떤 식으로 차용되었는지, 그리고 러시아의 철학가, 언어학자, 미학자인 바흐친에 의할 때 저작권제도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게 되는지 고찰한 글입니다. (법학논문임에도 바흐친의 대화주의 문학이론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논문에는 직접적으로 온라인게임이 언급되거나 가상재산권 이슈를 논하진 않으나, 위 논문을 읽고 바흐친을 접하게 되자, Dan Hunter와 Greg Lastowka가 MMORPG의 Virtual Propety에 관한 아티클을 쓰면서, 로크, 벤담, 헤겔을 언급하였는데, 바흐친의 크로노토프(시공간)라는 개념과 대화주의, 상호주관성, 주인공 이론 등은 그가 생전에 설정한 시, 소설, 연극에 대해서보다 인터렉티브하고 다이나믹하며 열린 구조인 MMORPG에 더욱 강력하고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후 Virtual Property 논의에 있어 바흐친의 이론은 유의미하게 거론될 수 있다고 여겨져 소개합니다.

바흐친은 중세의 '카니발'의 갖는 상징적 의미와 저항문화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하고, 이 점의 그의 전체적 이론에 있어 논쟁거리로 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흐친은 공공영역, 광장, 민중의 상상 놀이라는 것을 매개로 대화(저작권)와 민주주의(정치)란 사적 영역과 공적영역을 통합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점이 앞으로의 MMORPG 연구 및 해석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지 않나 기대하는 바입니다.


그외 제가 브라우징한 논문은  

* 바흐친의 '라블레'론
  변현태,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001

* 몸 , 바흐친 , 페미니즘  
  태혜숙(Hea Sook Tae)   한국영어영문학회 2002  

*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과 문학의 카니발화  
  박건용, 한국독어독문학교육학회 2004  

* 카니발의 민중성과 그 불안: 바흐찐의 『라블레와 그의 세계』를 중심으로  
  오민석,  안과밖(영미문학연구)  2003  

* 바흐찐 사상체계 안의 생기론  
  이득재  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004  

* 외재화된 현실 -바흐찐의 사상적 진화 연구
  조준래, 슬라브 연구 2001
 
* 미적 건축학에서 삶의 건축학으로 : 『 행동철학에 부쳐 』 의 과제와 한계  
  조준래 슬라브학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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