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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헌집

[050221] 사행성! 사행성? 사행성?? 사행성!! - 2005. 2. 18. 서울 남부지방법원 2004고단4361 판결

1. 저   자: 법원
2. 제   목: 2004고단4361 판결
3. 연   도: 2005. 2. 18.
4. 개   요: 내기 골프는 우연한 결과를 놓고 재물을 거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경기력에 의해여 그 성패가 좌우되므로 도박죄의 '도박'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는 판결 (아래는 판결문 중 판단 부분 발췌 인용)

판단

   가. 첫머리에
        검사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들을 상습도박죄로 의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는 바, 상습도박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그 전제로 도박죄가 먼저 성립되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과연 도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나. 도박의 의의
       형법 제246조 제1항은 재물로써 도박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바, 이 때의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 우연의 의의
        그런데, 위와 같은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우연에 의하여 승부가 결정될 것을 요하는 바, 이 때의 우연이란 필연에 대립된 개념으로서 승패의 귀추가 그 행위자의 확실한 인식 또는 지배밖에 있음을 말하는 것인데,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에는 이 세상에 우연이란 있을 수 없고 모두가 인과율의 지배를 받게 되어 이론상 우연이 있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는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가리킬 뿐,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라. 경기와 도박죄의 성부

        (1) 한편, 경기라 함은 예컨대 운동경기, 바둑, 장기 등과 같이 당사자의 육체적·정신적 조건, 역량, 숙련도, 재능 등에 의하여 승패가 결정되는 것을 지칭하는 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연의 결정을 객관적인 요소가 아닌 주관적인 요소에 따라 한다면 결국 기능과 기술을 다하여 승패를 결정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때에는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만일 경기를 함에 있어 그 승패에 재물을 거는 경우까지도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하면, 현재 우리 사회 통념상 인정되고 있는 행위, 예컨대 국가대표선수가 올림픽 또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경우 연금 또는 포상금을 지급받기로 하고 경기에 임하는 행위, 프로운동선수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추가로 급여를 받기로 하되 그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 이미 받은 급여의 일정한 부분을 반납하기로 약정하고(이른바 마이너스옵션계약) 경기에 임하는 행위도 모두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발생하게 될 것이다.

        (3) 그렇다면, 도박죄의 성립은, 종래에도 그 도박성이 인정되어 온 화투, 카드, 카지노 등과 같이 당해 승패의 귀추에 있어 지배적이고도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특히, 화투·카드의 경우에 있어서는 가지게 될 패의 결정부터 우연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지, 운동경기와 같이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은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하여 결정되고,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만 우연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4) 게다가,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골프 경기 중 이른바 스킨스(Skins) 게임은 매 홀당 경기 결과에 따라 경기자에게 상금 등이 귀속되는 형태인 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기 방식은 승패 결과에 따라 재물의 귀속여부가 결정되는 형태여서 이 또한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아니할 수 없고, 더 나아가 박세리 선수와 박지은 선수가 서로 재물을 걸고 골프 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하게 된다.

   마.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들이 아직까지도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경기를 수십차례에 걸쳐 하면서 그 경기마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다액의 재물을 건 행위는 도덕적으로 보아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는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승패 여부가 그들의 기량과 기능에 주로 지배되는 운동경기인 골프 경기를 한 것인 이상 그 승패와 관련하여 재물을 걸었다 하여도 그것이 도박죄를 구성한다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5. 코멘트: work란 게재 'MMORPG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의 법정책적 고찰' 53-54쪽 내용으로 갈음합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대 엔씨소프트 사건 1심은) ... 이른바 리니지2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행성을 띠고 있다(이 게임은 유저의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판시하였으나, 필자의 위와 같은 분석에 의하면 이는 엄밀히 사행성보다는 중독성의 측면에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점포 임대차 관계에서 권리금 수수가 사행적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온라인 고스톱, 포커게임의 경우에서와는 달리 MMORPG에서의 아이템 획득은 운(luck)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 의 플레이(play)의 양과 질에 따라 정당하게 부여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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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역시 저도 이 판결보면서 아침 지하철에서 이런 생각을 쭉 했는데, 로볼님의 사고 회로 역시 비슷하게 돌아가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 02-21 m | d
lovol
일부 언론이나 네티즌 댓글에서 지적한 바와 달리 내기골프의 목적이 탈세나 뇌물 공여인 경우에는 (검사의 입증 부담이 더해지긴 하겠으나) 여전히 뇌물죄, 세법 위반죄로는 처벌 가능합니다. 오히려 그 경우에는 승패가 이미 미리 정해진(내심 져주기로) 경우에 속하므로(고스톱이나 포커에 있어 사기 도박꾼이 도박죄가 아닌 사기죄로 처벌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뇌물죄 등은 별론, 더욱 도박죄로는 처벌하기 힘들다고 여겨집니다.

사행성에 관하여 그간 깊이 있는 연구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며, 이 번 판결은 그 당부 내지 논거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를 환기시킨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동 판결에서 밝힌 사행성에 관한 판단이 법적 정의나 국민적 공감대에 부합하는 가에 관한 법해석적, 입법론적 논의(예컨대, 사행성, 위화감, 중독성 간 개념 차이 등)로 발전적으로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02-21 m | d
n
게임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획득물은 일정한 '확률'에 의해서 얻게 됩니다. L2나 WOW나 아니면 십년 전의 '단군의땅'이라는 머드나 또 아니면 그 훨씬 이전의 울티마 시리즈나 이것은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특히 MMORPG의 경우에는 이 획득의 확률이 1% 이하인 경우도 많으며, 공식적으로 희귀하다고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1% 이하인 경우도 상당하지요.

물론 플레이어는 이 1%의 확률을 백 번의 반복 수행으로 상쇄할 수 있고, 0.1%의 확률을 천 번의 반복 수행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확률적인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플레이어의 반복적인 행동을 금전화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의 주장처럼 시간을 투자하는 노동이라고 가정하면, 플레이어는 노동력을 투자해서 확률에 의해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므로 사행적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하겠습니다. 결국 이런 논리로 보게 된다면 MMORPG의 아이템 획득과 현금 거래는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와 확률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종로 거리에 널려있는 성인용 오락실에 납품되는 게임들, 주로 고스톱이나 슬롯머신과 같은 것들은 분명 사행적이지만 이 역시 수득률이 낮을 뿐 확률에 기대하고 있고 또한 운이 좋다면 첫 게임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일반적인 게임과 '전혀' 다른 부분이 없습니다.

본래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두 사람의 결투에 돈을 거는 것은 도박인가 아닌가. 혹은 50레벨의 내가 50레벨의 저 캐릭터와 싸우는데 다른 사람들이 돈을 건다면 도박인가 아닌가. 혹은 스타크래프트의 경기를 보고 승패에 돈을 건다면 이는 도박인가 아닌가. e-sports가 되어버린 게임과 아닌 게임의 판단에는 차이가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뚜렷하게 대답을 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어제까지는 도박이던 고스톱이 이제는 전 국민의 유흥꺼리가 되었고, 오히려 음지에서 하지 않게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며, 또 어쩌면 몇 년쯤 후에는 전국 고스톱 대회가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온라인 포털들은 이런 대회를 온오프라인으로 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스톱은 더 이상 사행적인 오락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요.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게임에 현실적인 가치가 투여되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포츠 토토와 로또가 국가에서 옹호하는 사업이므로 사행성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블로그와 교차투고 http://nairrti.com/index.php?pl=722)

* 죄송하게도, 블로그 에디터가 익숙해서 거기다가 써서 변환을 했습니다. 논의를 다른 곳에서도 하게 만들고 게다가 lovol님의 문장을 인용하게 되었는데, 거듭 사죄드립니다.
02-22 m | d
m
위 판결문의 요지는 확률적인 요소가 있으냐 없느냐에 집중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에도 확률이 있다"를 반대로 말해 사행성 도박의 실력을 논하는 것도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죠. 포커나 고스톱 판에서도 애초에 확률적으로 정해진 베이스 위에서 플레이어가 상대편의 반응에 대응해 어떤 행보를 하느냐는 실력의 요소가 있는 것이지요. 결국, 판사는 놀이의 출발이 어땠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판결을 내리고 있을 뿐이지요. 이는 판결문에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있다고 봅니다.

같은 취지에서 mmorpg를 생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lovol님의 문제의식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MMORPG에 혹은 게임에 확률적인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이는 특정한 유사 도박행위/게임/놀이 자체의 출발점이 지니는 성격에 관한 문제이지 게임에 현실적인 가치가 들어오느냐 마느냐와는 다소 성격이 다른 문제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