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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천규석 2006, 동물화, 금융위기 2008


요즘 천규석님의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2006년에 출간된 책인데, 저자는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의 사회적 오독 가능성을 경계하고, 세간에 유행하는 디지털 노마디즘을 농경문화의 시각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2008년 가을에 이 책을 보니, 올해 들어 일어난 미국산 사료사육 소고기 협상 문제와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예언과 그 해법 모색에 대한 사고가 담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읽었던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등의 책이 위 책에서도 명시적으로 인용되지만, 그 밖에도 이 책에서는 가라타니 고진, 헬렌 니어링 부부, 그리고 최근의 우리나라에서는 공포경제학 시리즈를 쓴 우석훈 교수의 말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맥락은 다르지만 '총,균,쇠'도 떠올려졌습니다, 다만 천규석님의 역사쪽 서술부분은 블로거 august님의 '발칙한 세계사'를 보아서인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Albert Hirchman은 'Passions and Interests'란 책에서 자본주의적 이성(이해관계) 역시 정념의 일부이고 중세 우주를 지배했던 신앙심의 대체제로서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한 정념이라고 한 바 있는데, 소를 동물화하는 대량사육체제, 노동자를 펀드고객화하는 주주자본주의, 실물경제를 가상경제화하는 금융자본주의는 다 그 새로운 신앙심-자본이성의 현현이라 하겠습니다.

중세에 정치체제인 교황이 그 신앙심의 가시적 축이었다면, 천경석을 비롯한 위 사람들은 국가가 새로운 신앙심의 보이지 않는 팽이채라고 말하면서, 국가로부터 거리를 둔 것 같아 보입니다.

뉴욕이 사회주의 도시가 되었다고 하고, 파이낸셜타임즈가 이슬람 정파지와 같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인다고 말하지 않기로 묵인됬던 것이 공식적으로 보여진 것에 대한 충격일뿐, 어린아이들과 같은 사람들은 전부터 임금님이 발가벗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왔습니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식물을 키우던 농민들이 노동자로 동물화되면서 근대가 구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천경석님은 아마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Workers of All Lands Unite! )'고 맺은 맑스를 비판할 것이라 여겨지는데,

다음과 같이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설화를 완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사라져라(, and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