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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통합 저작권법과 사적 복제 조항, with Family or @Home? for Money or for Free?

오늘 어문,영상,데이터베이스 중심의 저작권법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통합이 추진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문화부, `컴보호법+저작권법` 통합 [전자신문 2008. 3. 10.]
http://news.media.daum.net/digital/it/200803/10/etimesi/v20278568.html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위 두 법이 통합시 두 법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사적복제 조항은 어떻게 통합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먼저 조문을 보면,

 아래는 저작권법상 사적복제 조항입니다.

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음으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사적복제 조항입니다. 제12조 제4호입니다.

제12조 (프로그램저작권의 제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상 필요한 범위안에서 공표된 프로그램을 복제 또는 배포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종류·용도, 프로그램에서 복제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및 복제의 부수 등에 비추어 프로그램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목적(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으로 복제하는 경우

비슷해 보입니다만, 위 두 사적복제 조항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가정'의 해석이 문제가 됩니다. 저의 이전 블로그에서 2년 전에 이를 다룬 바 있어 아래에 인용합니다.

저작권법 제27조 문구 중 '가정'의 해석 2006/01/07 23:31

 http://blog.naver.com/cyberlaw/20792758

저작권법 제27조[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위 규정 중 붉은 글씨 부분의 의미에 대한 학설 및 판결들의 내용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개인, 가정 또는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에서의 이용으로서 사적이용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ⅰ) 그 이용인원이 소수일 것, ⅱ) 이용인원들 사이에 강한 인적결합이 존재할 것이 요구된다.

즉 통설과 판결은 가정을, 집(home)이 아닌 가족(family)에 가깝게 보는 것 같다. 실제로 법제처 발간 저작권법 영문판에서도 family로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바탕 위에 소리바다 사건에서 재판부는 소리바다 이용자간에는 가족과 같은 강한 인적 결합이 없으므로 사적 복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가정을 가족으로 해석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 어법상 다소 특이하고, 저작권법이라는 재산권 영역에서 돌연 가족법적인 맥락으로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한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사적 복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2조 (프로그램저작권의 제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상 필요한 범위안에서 공표된 프로그램을 복제 또는 배포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종류·용도, 프로그램에서 복제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및 복제의 부수 등에 비추어 프로그램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1.1.16, 2002.12.30>
1. 재판 또는 수사를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2. (생략) 3. (생략)
4.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목적(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으로 복제하는 경우

즉, 위 법에서는 가정이 인적 의미가 아닌 장소적 의미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관련 교과서의 해설도 집의 의미로 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적 복제 규정의 존재 목적,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라는 관련 법익 보호(특히 체포,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요건 관련),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양 규정의 통일된 해석 등을 고려할 때, 여기서 '가정'은 'with family'가 아닌 'at home'이 보다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cf1) 녹화용 공테이프 등으로 라디오 음악이나 티브이 드라마를 녹화하는 것을 허용한 미국 법률명 또한 Audio Home Recording Act로 알고 있다..

cf2) 아래는 우리나라 입법, 해석시 많이 참조되어 온 일본법률 즉 저작권법상 사적복제 조항 내용이다.

第三十条 著作権の目的となつている著作物(以下この款において単に「著作物」という。)は、個人的に又は家庭内その他これに準ずる限られた範囲内において使用すること(以下「私的使用」という。)を目的とするときは、次に掲げる場合を除き、その使用する者が複製することができる。

개인적으로 또는 가정 내 기타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사용할 경우(이하 사적 사용이라 한다
)


저작권법 상의 사적복제 조항의 의미를 다룬 것은 소리바다 사건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소송들의 당사자 구도는 음반사측 대 이용자측이 아니라 음반사 대 소리바다 운영자였기에 이용자들과 직접 관련된 조항인 사적복제 조항의 해석은 주된 공방의 무대에서 빗겨나 버리고, 소리바다가 저작권법상 신설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의 책임제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이용자들의 저작물 침해에 대한 방조자로서 소리바다 운영자측의 고의, 과실의 유무만이 치열하게 다투어 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적복제 조항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저작물 이용 전반에 총론적으로 적용되어지는 조항이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특히 웹 상의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의 한계 설정 논의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다시금 이 곳에 올리며, 문화부의 입법방향도 계속적으로 지켜보고자 합니다.

방문하여 주신 여러분들의 견해는 어떠하실까 궁금합니다. 참고로 다음의 가상의 예에 '가족같은 인적결합'과 '집과 같은 프라이버시적 공간'를 두 잣대를 각기 사용하여 사적복제로 인정받아 면책될 것인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해 처벌대상(경찰의 체포, 압수수색 대상)이 될 것인지 생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1. 처음 미팅에서 만난 이를 집으로 초대해 영화를 다운받아 함께 보았다.
1. 소극장 하나를 대여한 후 가까운 친척 50명을 부른 후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다.
1. 대학원 소그룹원끼리 과제연구를 위하여 학교에서 관련 학술 동영상을 틀어 보았다.
1. 버스 안에서 아이팟으로 집에서 다운받아 놓은 mp3 를 들었다.
1. 회사 내 개인 부스에서 mp3를 다운받아 개인용 헤드셋으로 혼자서 들었다.  
1. 주말 부부의 남편이 아내에게 보여주고자 자기 거소에서 다운받아 이를 PMP에 담아놓은 뒤 아내의 거소로 간 날 함께 보았다.
1. 네비게이션을 달아 놓았는데, 어느날에는 조카와 그 친구들 3명을 태우고 서울서 부산까지 가면서 만화영화 3편과 mp3 10곡을 틀어주었다.
 

사적복제 조항의 또 다른 (잠재적) 쟁점은 ‘영리목적’에 관한 대목입니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사적복제 조항은 없고 유사한 취지로 공정이용 조항이 있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가의 판단기준의 하나로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고려하도록 조문화되었고, 냅스터 사건에서도 연방대법원은 이 기준을 해석, 적용하면서 돈을 지불하여야 할 음반에 대하여 이를 지불함 없이 이용하는 것은 시장가치의 침해가 크기에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연방법인 미국 저작권법상 Fair Use 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Copyright Act of 1976, 17 U.S.C. § 107,

Notwithstanding the provisions of sections § 106 and § 106A, the fair use of a copyrighted work, including such use by reproduction in copies or phonorecords or by any other means specified by that section, for purposes such as criticism, comment, news reporting, teaching (including multiple copies for classroom use), scholarship, or research, is not an infringement of copyright. In determining whether the use made of a work in any particular case is a fair use the factors to be considered shall include—

  1. the 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including whether such use is of a commercial nature or is for nonprofit educational purposes;
  2. the 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
  3. the 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in relation to the copyrighted work as a whole; and
  4. the effect of the use upon the potential market for or value of the copyrighted work.

국내 소리바다 사건의 1심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용자들의 복제행위는 적극적 영리행위는 아니지만 소극적 의미에서 영리성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용자들의 다운로드행위의 영리목적성을 긍정하였습니다. 1심은 결국 소리바다 이용자들의 다운로드 행위가 가정 범위 밖의 이용이고, 영리적 이용이라고 보아 두 가지 이유로 이를 배척한 것입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약간 다르게 사적복제의 요건 중 가정 범위의 이용이 아니라는 1심의 견해를 확인한 뒤,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 그 결과 사적복제 조항 중 ‘영리목적‘에 관한 대법원의 적극적 판례는 형성되지 않은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작권법은 형사처벌을 규정한 특별 형법의 성격을 갖고 있어 그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유추, 확대해석금지원칙)에 입각하여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

미국법상 공정이용 조문내용과 이를 토대로 형성된 판례법 체제 하 미국 연방대법원 해석기준을 유럽법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성문법 체제 하 우리나라 사적복제 조항의 해석에 바로 대입할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즉, 우리법상 '영리목적으로 하지 아니할 것'이란 표현과, 미국 법의 '저작물의 시장가치에 잠재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라는 표현은 그 표현이 의미하는 바의 폭과 해석기관인 법원에게 부여한 재량의 정도가 똑같은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 점),

영리 목적에 '적극적인 수입추구'는 물론 '소극적 지불의 회피'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사적복제의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하게 되고 이는 저작권자의 권익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 중 한쪽에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많은 점 (앞서 가정한 예 전부가 별 고민할 필요없이 사적복제항변을 인정받지 못하고, 저작권위반행위로 처벌되고 책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신중한 해석과 필요시 공론화를 통한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이 글은 사적복제 조항에 대한 것이므로 당연하게도 복제행위에 국한된 논의라는 점입니다. 저작권자에게는 복제권 외에도 소리바다 소송 도중 개정된 저작권법에 의해 신설된 전송권도 부여되고 있는데, 전송의 경우에는 복제와 달리 사적 전송이라는 것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래 인용문 속은 '전송'의 정의규정입니다.

“전송(傳送)”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송신을 포함한다.

P2P의 경우 그 공유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업로드와 다운로드, 다운로드와 업로드행위가 단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루어지는데, 이 중 자기 개인 폴더로의 다운로드가 복제행위에, 불특정 이용자들이 접속가능한 상태로 파일을 올려 두는 업로드는 전송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앞서 제 논의를 적용하면 P2P의 다운로드행위 중 일정부분은 사적 복제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는 아닌 것이 될 수 있으나, 업로드 행위는 사적 전송조항이 없기에 예외없이 모두 저작자의 전송권을 동의없이 침해한 위법행위로서 처벌되고, 책임질 수 있습니다. 즉 복제에 나아가 전송에 이르면 더 이상 사적복제의 우산으로 커버되지 아니합니다.

결국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P2P로 이용시 이용자들은 복제권 위반은 피하여도 전송권 위반의 책임까지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관련된 추가 논의는 이 글의 트랙백: '복제 일병 구하기' Saving the Private Copy 참조). 저는 소리바다의 경우 다운로드폴더와 업로드(공유)폴더를 같은 하나의 폴더로 디폴트 설정하는 것을 변경하여 각기 다룬 폴더를 지정하게 하게 될 경우 이러한 복제와 전송간의 혼동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었습니다.

소리바다 소송에서 사적복제부분이 크게 비중이 없게 된 데에는 P2P 운영자측이 P2P 이용자들의 복제행위는 사적복제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가정컨대 이 주장이 인용되었다고 하여도 여전히 P2P 이용자들의 전송행위 부분의 위법성은 이를 현행법상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용자들의 정범 성립 단계에서 면책받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정범인 P2P 이용자와 관련된 사적복제 부분보다는 그 다음 단계인 P2P 운영자측이 이용자들에 의한 위법한 전송행위를 알고 있었는가(고의), 알 수 있었는가(과실)의 부존재 입증을 통한 면책과 OSP의 책임제한 조항에 의한 면책을 받아내는 것에 주력했던 것 아닌가 추측하여 봅니다.

최근에 보도된 공중파 TV 녹화 서비스사인 엔탈 사건의 경우에도 앞에 든 사적복제와 전송권에 대한 설명이 참고가 되리라 봅니다.